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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학 - 미러링 피플 (뉴런과 감성의 놀라운 관계)

[눈비] 눈비닷컴 2019.08.26 03:10

[인문과학 - 미러링 피플 (뉴런과 감성의 놀라운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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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8년 미러링피플을 읽고 냈던 과학독후감의 내용이다. 


 

마르코 야코보니의 미러링 피플을 읽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그렇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말을 인문학적 범위가 아니라 신경과학적 시각에서 또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가에 대한 열쇠를 주는 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르코 야코보니(Marco Iacoboni)’라는 이름도 생소한 이탈리아 신경과학자의 미러링 피플(Mirroring People)이란 책이었다.

 

사실, 미러링 피플은 조금 미안한 책이다. 생물학을 좋아하는 나는 부담 없이 무난하게 읽을 책을 고르고 있었고, 뇌의 비밀을 알려 준다는 표지 문구에 낚여서 이 책을 골랐다. 잠시 내용을 보니 인지과학이 나오는 등 심리학 책 같은 느낌도 들었다. 어디선가 프로이트’, ‘아들러’, ‘같은 정신분석학과 장 피아제같은 인지심리학에 대해 주워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서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저 생물학 서적이라고도 할 수 없고 심리학 서적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러니까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 둘 사이에 커다란 다리를 놓아 주는 그런 책이었다. 지식이 짧아서 넓게 생각하지 못하는 나의 고정관념을 깨트려 버리고 있었다. 이런 책을 그저 재미 삼아 읽으려고 들었다니, 그래서 미안했다. 이 책의 제목은 미러링 피플이었지만, 내게는 쇼킹이라는 제목처럼 기억에 남고 말았다.

 

20세기 이후의 인간은 엄청난 일을 해 냈다. 달 뿐만 아니라 화성, 금성 등 7군데 이상의 우주에 착륙선을 보냈고, 지금도 파이오니아 호가 태양계 밖에서 우주로 날아가고 있다. ,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에 도전해서 1km 보다도 깊이 잠수를 했었다. 이렇게 최첨단의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 같은 시대에, 아직도 인간에 대한 신비가 너무도 많다는 것은 의외가 아닌 의외이다. 양파 껍질처럼 벗겨도 벗겨도 다시 나타나는 인체의 신비는, 뭔가 알 것 같으면 다시금 문제를 내는 심술궂은 퀴즈게임 같다.

양자론 창시자인 막스 플랑크가 그랬던가? “과학은 궁극적으로 자연의 신비를 풀 수 없다는 그의 말은 망치로 한 대 때리는 듯한 말이었다. 우주의 비밀을 푸는 마지막 순간에도 결국은 우리 자신이 그 우주의 한 부분에 속하기 때문이라는 뜻이었다. 그렇구나, 결국에는 에 대해서도 100% 알지 못하는 인간이 우주로 올라가고 바다를 파헤치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파랑새를 찾아 헤매던 어린 남매처럼 말이다.

 

마치 파랑새 이야기처럼 제 자리에 다시 서게 한 마르코 야코보니의 미러링 피플에는 익숙한 단어와 이상한 단어가 나온다. 그것은 모방거울 뉴런(mirror neuron)’이다. 모방이라는 단어는 다른 대상을 따라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거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뉴런은 또 무엇인가? 거울을 보듯이 모방을 하는 뉴런이 있다는 말일까? 그렇다, 결론짓고 보면 그런 것 같았다. “행동의 관계에 해당하는 사회적 단어가 현미경으로도 보기 힘든 신경세포와 만나는 책이다.

90년대의 이탈리아 과학자들은 우리의 뇌 속에는 상대를 모방하는 신경세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것은 어마어마한 뜻을 가진 말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이 세포는 단지 물질이 아니라 마음을 이해하는 장치라는 의미이다. 사람은 사람과의 소통 속에서 성장하고 살아간다. 소통이라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이것이 그저 마음의 영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교묘하게 연결되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거울 뉴런이라고 불렀다. 상대의 행동이나 감정을 모방을 함으로써 마치 자신이 실제로 느끼듯이 공감을 함께하는 뉴런이란 뜻이다.

 

놀라웠다. 나는 생물학을 좋아하지만, 지금까지 세포라는 단어에 물질이라는 대명사를 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마음과 연결된 것이었다니 또 다시 놀라웠다. 나는 생물학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나 보다.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를 빨아들이듯이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빙빙 돌다가 끌려들어 합체되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육체, 정신,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나는 아직 학문적 지식이 너무도 부족하지만, 이 세 가지는 전혀 다른 것들이었다. 책을 보니, 과거의 학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20년 전 거울 뉴런이 나타나서 커다란 호루라기를 불며 교통정리를 해 버린 것이었다. 아기는 어떻게 소통을 배우게 되는지, 우리는 어떻게 상대를 이해하게 되는지, 심지어 사회는 어떻게 정치와 광고에 반응하는 지까지 거울 뉴런을 통해 보는 세상은 너무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버리고 있었다.

 

1990년대 이탈리아 신경심리학자 자코모 리촐라티는 짧은꼬리원숭이를 연구하다가 특정하게 반응하는 신경세포를 발견했다고 한다. 분명히 다른 원숭이가 뭔가를 잡는 행동을 했을 뿐인데 마치 자신이 움직이는 것처럼 반응하는 신경세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데 이건 사실 흔한 일이 아닌가? 액션영화에서 주인공이 떨어질 때 우리는 누구나 주먹을 꽉 쥐고 다리에 힘을 주곤 한다. 이것이 마음의 긴장에서 오는 현상이 아니라, 마치 내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느낀 신경세포가 내린 근육 명령이라는 얘기다.

미러링 피플의 제3장을 보면 아기의 손을 자극하면 입을 벌린다는 예가 나온다. 같은 개체 안에서도 모방작동하는 거울 뉴런이 있다는 얘기다. 이건 정말 사실인 것 같다.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안약을 넣을 때 자신도 모르게 입을 헤~ 벌리고 있지 않는가! 선천적 시각장애인들은 한 번도 다른 사람의 몸짓을 본 적이 없지만 말을 할 때 손짓을 하는데, 이것 또한 미러링 피플에서 정신과 육체가 묶여 있다고 주장하는 증거인 것이다.

 

미러링 피플에 의하면 거울 뉴런은 인간과 근접한 영장류 이상에서만 존재하는데, 대부분은 신체운동 영역에서만 반응하며 인간은 표정, 감정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반응한다고 한다. 4장을 보면 아기와 부모 사이의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나온다. 이미 제2장에서도 아기가 태어나면서 본능적으로 부모의 표정을 모방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4장에서는 부모 역시 아기의 표정을 모방한다는 것이다. 거울 뉴런 연구팀은 인간의 부모자식 간에 더 많은 공감이 일어나는 것은 이러한 모방이 거울 뉴런을 작동시켜서 같은 감정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라도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가족애의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는 친구관계에서도 이런 것을 느끼고 있다. 친한 친구가 우울해할 때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걱정해 주면 더욱 쉽게 공감을 얻고 고민을 털어놓게 되는 경우이다. 나도 모르게 같이 슬픈 표정을 지어주었던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하고 알고 나니 점점 더 재미가 생겨나고 있었다. 연설은 내가 주도해서 하면 되고 대화는 상대를 배려하면서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연설보다 대화가 더 쉽게 느껴졌던 것은 본능적으로 거울 뉴런이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았다. 마치 인간관계의 모든 것을 번역해 주는 번역기를 만난 기분이었다.

 

미러링 피플에서는 이러한 거울 뉴런의 작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상대의 표정이나 분위기를 느낀 거울 뉴런들의 신호가 을 통해서 변연계에 보내지면 관찰하던 느낌을 자신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2부에서는 자폐증에 걸린 사람들과의 모방관계를 설명하는데, 실제로 자폐아들은 상대의 표정에서 마음까지 읽지는 못하고 행동만 따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두뇌영상을 통해서 전두엽 등의 거울 뉴런 영역의 결함으로 활성화가 지연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미러링 피플에서는 거울 뉴런의 두뇌지도를 단 한 장의 사진으로만 보여준다. 너무도 궁금해서 검색을 하다가 정신의학신문에서 예쁘게 칠해진 거울 뉴런 영역 사진을 보았다. 한 군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군데에서 동시에 작용하고 있었다. ‘전두엽 전운동피질아래쪽, ‘두정엽아래쪽, ‘측두엽 뇌섬엽앞쪽이다. 솔직히 이런 것들은 못 외우겠다. 하지만 변연계를 둘러싸고 분포된 것은 확실했다. 이미 배운 것을 생각해 본다면, 아기가 느끼는 모방 감정의 제1차 영역은 변연계, 편도, 앞쪽 대상피질이었으니 이해가 쉽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한 마디 말에도 바로 공감이 되고, 어떤 사람은 수많은 조언을 해 주더라도 공감이 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느낀다. 물론 옳은 소리를 하는 것이지만, 이성적인 것이 모든 것을 대변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확인되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간관계에서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신문 검색에서 어떤 통계조사를 본 적이 있다. 대화 중에 상대와 같은 표정과 같은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기사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관계일지라도 상대가 커피 잔을 들 때 같이 들고 턱을 괼 때 같이 괴면 협상이 훨씬 잘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 기사를 읽은 후로는 친구와 얘기를 할 때 나도 모르게 그 기사를 떠올리곤 한다. 사람 사이에서 모방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모방이 공감 그 자체일 수는 없지만, 공감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도구는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도 재미있게 읽어나가던 미러링 피플은 제7장에 들어서며 조금 복잡해졌다.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던 내용이 사회 전반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단계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여기부터는 약간의 인내가 필요했다. 9장과 제10장에서는 마케팅과 정치에까지 연결이 된다. 다행히 여러 가지 다양한 예를 들어서 설명하기 때문에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어떤 세포는 비틀즈에만 반응을 한다든지, 어떤 세포는 할머니 사진에만 반응을 한다는 얘기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또한 폭력에 자주 노출되면 모방 폭력을 부른다는 것은 걱정이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신경마케팅이란 단어이다. 어떤 콜라회사에서 했던 브랜드 마케팅에서 볼 수 있듯이 소비자들은 속임수에 잘 속기 때문에 그들이 어떻게 제품을 선택하는지를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서 신경과학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조금 무서운 부분이다. ‘조지오웰1984의 세계처럼 모든 행동이 과학에 의해 감시당하는 느낌이랄까? 모든 행동을 철저히 분석당하는 것은 왠지 썩 유쾌하지 않은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신활동이 신체와 분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대화를 통해서 상대와 교감할 수 있다는 결론은 만족스럽다. 뇌는 단지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신체는 단지 뇌의 출력기관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뇌와 몸은 함께 생각하고 반응한다는 것 말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구태여 대화를 주고받고, 표정을 같이 하고, 행동을 따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매우 과학적인 관찰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으니,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식과 정서가 동시에 채워지는 것 같았다.

상대의 감정을 내 두뇌 속에 복사해 넣은 뒤 나도 그 사람처럼 똑같이 느끼는 능력이 고등동물에게만 있다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의 진화과정에서 얻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인간은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는 존재로 진화했으니까 말이다.

 

책을 덮고 난 뒤, 인지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과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거울 뉴런 이론으로 인해 심장이 콩닥콩닥 거려서 좀 더 다른 자료를 찾아 봤다. 그런데 조금 의외의 글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대단히 혁신적인 이론인데다가 겨우 20년도 안된 이론이다 보니 언론과 대중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떤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연구가 원숭이를 대상으로 대리 실험을 했고 인간의 뇌를 직접적으로 연구한 증거가 아직은 불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다른 연구에서는 자폐증과 거울 뉴런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살아있는 인간의 뇌세포를 세밀히 분석한다는 것은 위험한 연구이기 때문에 연구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그래서 원숭이를 통한 대리 실험을 했을 것이다. 이것은 정신분석학의 입장도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한다. 수백, 수천 년의 경험이 쌓인 다른 의학에 비해서 정신분석학은 겨우 100년의 역사 밖에 가지지 못했다. 더구나 증명 또한 어려운 학문이다. 그래서 정신분석학은 심리학에서 유사과학 정도로 본다고 한다. 결론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한 학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막스 플랑크가 궁극적으로 자연의 신비를 풀 수 없는 이유로 인간, 즉 우리 자신의 신비를 들었다. 수만 년을 궁금해 하던 우주의 신비를 알기 위해 발걸음을 땐 것이 1950년대의 일이니까 이제 70년에 가까워졌다. 물론 비판적 시각은 존재해야겠지만, 이제 막 시작된 거울 뉴런에 대한 연구를 가지고 지금 당장 옳다, 틀리다를 판단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증명방법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첫 번째로 발목을 잡는 학문이다. 아직도 갈 길이 먼 학문인 것이다.

무엇보다 미러링 피플이라는 책이 고마운 것은 과학적 상상력을 만들어 준 것에 있다. 생물학을 공부하고 싶은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은 세계여행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하고 묻는 것 같은 책이다. 내가 가고 싶은 진로, 그리고 증명할 것이 많은 거울 뉴런... 둘 다 가야할 길이 멀고 먼 사이다. 어쩌면 동반자로 같은 길을 갈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전혀 관련 없는 세상으로 멀어질 확률이 더 크다. 그러나 막연하게나마 거는 희망이라면 몇 십 년 후에는 둘 다 서로의 자리에서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 학교로 출발하는 나를 보는 부모님의 표정을 따라 해 봤다. 감정의 모방... 그러나 아직은 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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