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비닷컴

작가조사 : 푸른밤 - 나희덕 본문

나의 글들

작가조사 : 푸른밤 - 나희덕

[눈비] 눈비닷컴 2018.06.27 09:29

푸른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작가소개 : 나희덕>




1966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였다.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역시 연세대학교에서 박사과정도 수료했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면서 등단하였다.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등을 발표하였다. 또 시론집으로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출간하였다.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는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0 Comments
댓글쓰기 폼